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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로금리 4가지 이면

제로금리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일본의 제로금리 4가지 이면 3

여러분, 오늘은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것도 세계 경제에서 독특한 행보를 보여온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에 대해서요. 여러분은 이자 없이 돈을 빌려준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 거의 없으실 겁니다. 누구나 돈을 빌려주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자를 받고 싶어 하니까요. 그런데 일본은 거의 30년 동안 이자가 거의 없는 세상에서 살았습니다. 자, 그럼 이제 왜 일본이 그토록 오랫동안 0% 금리를 고집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제로금리의 역사적 배경: 잃어버린 30년의 그림자

일본이 0% 금리 정책을 고수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폭망했죠. 그리고 이때부터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가 시작됩니다.

“아, 그러면 경제가 안 좋으니까 금리를 낮춰서 돈을 쓰게 만든 건가요?” 네, 맞습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계속 낮췄고, 1999년부터 공식적으로 제로금리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아예 마이너스 금리(-0.1%)까지 도입했죠. 여하간, 일본에서는 돈을 맡겨도 이자가 거의 없는, 심지어 돈을 맡기면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하는 불가사의한 세상이 펼쳐진 겁니다.

조금 더 넓게 봐서, 제로금리 정책의 핵심 목표는 디플레이션 탈출이었습니다. 디플레이션이라는 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데, 이게 왜 문제일까요? 내일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오늘 구매를 미루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 디플레이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를 쓰고 돈을 풀었던 겁니다.

일본이 제로금리 유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왜 일본처럼 금리를 낮게 유지하지 못했을까요? 한국만 봐도 물가가 오르니 금리도 올려야 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대출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잖아요. 일본이 0% 금리를 30년 가까이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1. ‘늙은 부자’의 자본력: 세계 최대 순대외자산

제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일본의 자본력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은 약 400조 엔에 달하는 순대외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30년 넘게 순대외자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받는 대외투자 이자만 약 20조 엔, 미국 채권만 약 1조 달러어치를 갖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일본은 ‘늙은 부자’와 같은 나라입니다.

이런 엄청난 자본력 덕분에 일본 엔화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안전자산”이라고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지어 말하자면, 일본은 외국에서 빌려온 돈보다 외국에서 받을 돈이 더 많은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세계 자본이 빠져나가는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도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 정부 부채 부담: 그 어마어마한 국가빚의 이자를 감당하려면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덜 긍정적입니다. 일본은 GDP 대비 260%가 넘는 막대한 정부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일본 예산의 약 25%를 국채 이자 갚는 데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갚아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간단한 예로 설명하자면, 여러분이 1억원을 빌렸는데 이자가 1%라면 일 년에 100만원만 갚으면 되지만, 이자가 5%라면 500만원을 갚아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수 없었던 것이죠. 마치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3. 엔화 강세 방지: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

세 번째 이유는 일본 경제의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은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 같은 세계적인 수출 기업들이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만약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외국 투자자들이 높은 이자를 좇아 일본에 돈을 투자하면서 엔화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제품은 해외에서 더 비싸게 팔려야 하고, 결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일본은 저금리를 통해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을 방지하고,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아, 그러면 요즘 엔저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4. 트라우마가 된 과거의 실패 경험

일본은 과거에 두 번의 금리 인상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2000년 8월,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 징후와 함께 금리를 인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로 경기가 다시 침체되었고, 결국 제로금리로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또한 2006~2007년에도 금리를 인상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제로금리로 돌아가야 했죠. 이런 실패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3번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가 일본 중앙은행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셈입니다.

제로금리 정책의 양면성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일본이 왜 그토록 0% 금리를 고집했는지 이해가 되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초저금리 정책이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모든 정책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긍정적 효과

첫째, 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자 부담이 적으니 투자하기 쉬워졌죠.

둘째, 정부 부채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금리가 낮으니 막대한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거든요.

셋째,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지원했으니까요.

부정적 효과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첫째,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었습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로 수익을 올리는데, 금리가 너무 낮으면 이익을 내기 어렵죠.

둘째, 저축자들에게 불리했습니다. 돈을 열심히 모아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으니,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셋째, 자산 거품 위험이 있었습니다. 돈이 너무 싸게 풀리면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개, 양반들 기억하시죠?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경제가 침체됐던 그 사건을요.

변화의 조짐: 일본의 금리 인상과 디플레이션 탈출 신호

2024년 3월, 드디어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유지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8년 만에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했습니다. 이는 2007년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었죠. 그리고 7월에는 추가로 금리를 0.25%로 올리고 양적 긴축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1% 상승했고, 올해 임금 인상률은 5.2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3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마치 30년 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처럼, 일본 경제가 드디어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나가던 경제학자도 압니다만, 일본은 과거에도 여러 번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곤 했으니까요. 일본은행은 “현 시점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자, 그럼 이제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생각해봅시다. 제로금리를 떠나서, 꽤 중요한 내요입니다.

금융정책은 만능이 아니다

일본은 30년 가까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써왔지만, 경제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물가를 높이기 위해 돈을 풀었지만, 근본적인 경기침체 원인인 인구 감소와 생산성 저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경제 정책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본은 두 번의 금리 인상 실패 후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로 인해 금융완화 정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함정에 빠졌습니다. 너무 오래 지속된 정책은 그 자체로 경제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엄청난 부채는 정책 자유도를 제한한다

일본은 막대한 정부 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는 모든 정부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입니다.

금리와 경제의 철학적 의미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환산하는 척도이자, 돈의 시간적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은 마치 경제적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일의 돈은 오늘의 돈과 같다”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일본은 조금씩 경제적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30년 동안 정지된 시계를 다시 움직이려면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도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금융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일본의 경험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또 앞으로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탈출하여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요? 언제나 그렇듯, 경제는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는 퍼즐과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우리가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퍼즐의 한 조각을 이해했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1. https://newneek.co/@basicnewsreader/article/8975
  2. https://www.mk.co.kr/news/economy/10970509
  3.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132888.html
  4. https://ezecomony.com/entry/%EC%9D%BC%EB%B3%B8%EC%9D%98-%EC%A0%80%EA%B8%88%EB%A6%AC-%EC%A0%95%EC%B1%85-%EC%A7%80%EC%86%8D%EB%90%98%EB%8A%94-%EC%9D%B4%EC%9C%A0%EC%99%80-%EB%B0%B0%EA%B2%BD
  5.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2268
  6. https://www.mk.co.kr/news/world/10968438
  7. https://www.khan.co.kr/article/202407311732001
  8.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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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노믹스

정보를 많이 안다고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대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인지편향(휴리스틱)이며 정보편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많고 정확한 정보는 옳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확하고 많은 휘발성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다시 볼 수 있는 부동산 그리고 경제 관련 글들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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